[CHAPTER 10] 시작일까, 끝일까?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안은 목이 약간 뻐근했고, 먼지가 쌓인 이불 위에 옆으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허리가 저릿했다. 그녀는 눈을 떴고, 자신이 밤새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단 한 순간, 그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주단.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를 약간 뒤로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얼굴에는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 몽롱한 말들이...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안은 조심스럽게 몸을 뺐고, 그를 깨우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일어나, 흐트러진 재킷과 가방을 정리했다. 머릿속은 안개처럼 흐릿했다 – 피곤해서, 혼란스러워서. 그녀는 자신이 잠들었던 것을 기억했고, 천둥소리도 기억했으며, 주단이 피하지 않았던 것도 기억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무심코 입을 놀렸는지는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주단이 살짝 몸을 움직였다. 그는 눈을 떴다.
안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일찍 일어났네?"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고, 아마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네, 원래 아침에 일찍 일어나요."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주단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잠시 후, 그들은 밖으로 나왔고, 하늘은 완전히 개어 있었다. 비가 갠 뒤의 바람은 가볍고 차가웠다.
버스는 마침 회사 정문 앞에 도착했고, 안과 주단은 거의 동시에 내렸다. 두 사람은 여전히 어젯밤 옷차림 그대로였다 – 옷은 약간 구겨져 있었고, 머리는 흐트러졌으며, 눈가는 수면 부족으로 인해 부어 있었다.
그들이 로비 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미미가 깜짝 놀라 뛰어올랐다.
"야야, 너네 어제 밤에 어디 간 거야? 우리 팀 다들 실종된 줄 알았어!"
조연출도 물 자판기에서 돌아보며 말했다. "전화해도 아무도 안 받았어. 뒤에서 장비팀 언니는 경찰에 신고할 뻔했잖아!"
안은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죄송해요. 어제 가방 찾으러 갔다가 차 놓쳤어요. 신호도 약해서 연락이 안 됐어요."
주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장비팀 사람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술팀 층으로 올라갔다.
미미는 이를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말도 안 해도, 항상 뭔가 찔리게 만든다니까, 저 오빠..."
안은 어색하게 웃었다.
업무 시간이 시작되었고, 그녀는 베트남 팀 편집석에 앉았다. 수많은 촬영 원본 파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주단의 공연 뒷이야기 영상, 댄서 연습 영상 등등... 안은 하나하나 파일을 정리하며, 주단의 시선과 제스처에 자꾸만 빠져들고 있었다.
밖의 하늘은 회색으로 물들어 갔고, 그 순간...
쾅!
천둥소리가 하늘을 찢는 듯 울렸다.
안은 놀라 컵을 떨어뜨렸다. 미미도 의자에서 튕기듯 놀랐다.
"세상에! 비도 안 오는데, 이 천둥은 뭐야? 공포 영화야 뭐야?"
그 순간, 번개처럼 안의 뇌리를 강타하는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 몽롱한 속삭임의 리플레이가 머릿속에서 흘러나왔다.
"주단아... 좋아해... 이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왜 결국엔 오빠가 게이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젠장."
"젠장."
"젠장."
그녀는 세 번이나 중얼거렸다.
사무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안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회전하듯 방 안을 맴돌았다.
그날 점심부터 그녀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주단이 보이면 피했다. 복도에서 그가 반대편에서 다가오면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스케줄을 묻는 질문에는 "네"라고만 답하고는 달아났다.
더 안 좋은 것은, 그녀가 지금 편집 중인 영상에 주단이 자꾸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들 때마다, 그녀는 책상을 뒤엎고 소리치고 싶었다.
마치 컴퓨터 속 주단이 그녀를 심판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언니, 괜찮아?" – 미미가 속삭였다.
"괜찮아." – 그녀는 말했지만, 얼굴은 젖은 라이스페이퍼처럼 구겨져 있었다.
수요일 오후. 운명의 그 밤 이후 3일이 지났다. 안은 아직도 어떻게 대면할지 모르고 있었다. 도망칠 계획도, 직면할 용기도 없었다.
주단이 편집팀 책상으로 다가왔다. 그 시간, 팀원 대부분은 쉬고 있었고, 안과 루언만 자리에 있었다.
"안 씨,"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밖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안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심장은 사형 집행을 앞둔 죄수처럼 요동쳤다.
그들은 2층 복도의 창문 앞에 섰다. 창문은 조금 열려 있었고, 빗방울이 유리 위에 아직 맺혀 있었다.
주단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나 피하고 있죠."
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에요..."
"피하고 있는 거 맞잖아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왜요? 그날 밤에 무슨 말 했는지 기억났어요?"
그는 계속 물었다. 날카롭지도, 몰아붙이지도 않은... 그저 솔직한 목소리였다.
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부정한다면 – 어떻게 부정하지?
인정한다면 –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길이다. 그녀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 온 뒤의 하늘 아래, 자신이 연기처럼 작아진 느낌이었다.
안은 뭔가 떠오른 듯, 얼른 말했다.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그건 그냥 잠꼬대였어요. 그날은 꿈에서 제가 스파이였어요. 어쩌면 오빠를 영화 속 캐릭터로 착각했을 수도 있잖아요?"
(어색하게 웃으며)
"근데 뭐, 무슨 말을 해도 이상하네요. 그냥 꿈이었다고 쳐요. 저 오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말... 말도 안 되죠. 히히."
주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서 빈(Vĩnh)이 소리쳤다.
"안 씨, 메인 스튜디오로 오세요! 촬영 준비해야 돼요!"
안은 구세주를 만난 듯 외쳤다.
"아, 네! 금방 갈게요."
그녀는 주단을 향해 빠르게 인사한 뒤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났다.
그날 오후는 얼음이 녹듯 천천히 흘러갔다.
안은 보조 스튜디오에 들어가지 않았다 – 주단이 댄서 팀에게 공연을 지도하는 공간.
편집 데스크에 앉아 있는 동안, 그녀의 손은 영상을 열 때마다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전 촬영분에서는, 주단이 한 여성 연습생의 손동작을 직접 고쳐주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집중되어 있었고, 손놀림은 조심스러웠다. 안은 화면을 멈췄다.
그녀는 가슴이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그는 그대로인데,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르겠는 상태였다.
다음 날, 촬영은 다목적 공간에서 계속되었다 – 프로그램의 마지막 장면을 위한 세트가 설치된 곳이었다.
안은 미미와 함께 댄서 팀의 마이크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었다.
넘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녀를 뒤에서 붙잡았다.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 베트남어였다.
"야야 조심해요. 손에 든 장비, 내 차보다 비싸다구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다정한 인상이었다 – 언더컷 머리에, 목에는 헤드폰, 흰색 티셔츠에는 몇 군데 색 잉크 자국이 묻어 있었다. 전형적인 미국식 스타일.
그의 이름은 남 름(Nam Lâm) – 프로그램의 후반 작업과 모션 그래픽을 담당하는 기술자였다.
말 많고, 잘 웃고, 그러나 눈빛은 항상 차분했다.
"죄송해요, 대본 파일 보느라 길을 못 봤어요..."
"괜찮아요. 다음부턴 뒤에 제가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요."
그는 윙크했다. "아름다운 여성 구출은 제 전문이거든요!"
안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러 날 만에 처음으로, 방심 없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멀리서, 주단은 안무가와 함께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무의식중에 안과 남 름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안이 웃는 장면.
남 름이 그녀의 가방 끈을 고쳐주는 장면.
주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을 뿐.
그의 눈은 그 장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뒤, 주단은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창고 쪽으로 장비 가방들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안의 비명이 들렸다. 조명 스탠드를 옮기던 스태프가 지나가다가 안을 긁고 말았다.
주단은 깜짝 놀라 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남 름이 먼저 다가와 안을 앉혔다.
안의 다리는 살짝 긁혔지만 피가 제법 났다.
"내가 밴드 붙여줄게요. 내일 절뚝거리면 사람들 우리 팀에서 괴롭힌 줄 알 거 아냐!"
주단은 말없이 다시 가방을 들어 올리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안은 당황한 얼굴로 주단이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안은 그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을 마주친 순간, 안의 심장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그날 오후, 촬영이 끝난 뒤, 안과 남 름은 3층 휴게실에서 각자 버블티를 들고, 색색의 포스트잇과 펼쳐진 노트북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고 있었다.
멀리서 주단이 안에게 오디오 수정 관련해 물어보려다 멈칫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베트남어로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끼어들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웃는 모습만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녀를 너무 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단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는 돌아섰지만, 걸음은 평소보다 느렸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같은 베트남 사람이니까 그런 걸까?'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던 건가?'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주단은 자신이 어떤 언어 속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주단은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었다.
거기서 그는 안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녀는 베트남어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조용했다.
남 름의 등장이 계속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유도 모른 채 주단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녹음 앱을 켰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혹시 자신이 알고 싶은 그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갑자기 자신의 행동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주단은 녹음을 멈추고, 조용히 내려갔다.
1층 로비로 내려오던 중 우연히 남 름을 마주쳤다.
그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주단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어도 능숙했다.
"주단 씨~ 왜 이렇게 얼굴이 굳어 있어요? 밥 안 먹었어요?"
주단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지나쳐 버렸다.
남 름은 찡그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멋있는 척 하는 건가?"
그날 밤, 주단은 창가에 앉아 커튼을 걷고 안의 방을 바라보았다.
작은 방 안에는 여전히 그녀의 노트북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듯했다.
주단은 오후에 녹음한 파일이 생각났다.
그는 번역 앱을 열었다.
화면에 한국어 자막이 뜨기 시작했다.
"저 제 마음 잘 알아요. 다만 피하려고 한 거예요. 말하면 다 망가질 것 같아서요. 어차피 그 사람은 절 좋아할 리 없잖아요.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아요. 그래도 그 사람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주단은 얼굴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한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에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
안은 계속 말했다.
"삼촌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2년 동안 얼마나 제가 조용히 노력했는지요.
이제야 가까워졌다 싶었는데... 그 사람이 절대 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니.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제가 제일 아프네요."
"네, 전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주단 오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했어요."
주단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게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방금 들어온 그 말들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는 핸드폰을 껐다.
숨을 거칠게 쉬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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