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주단의 약한 구석
주단의 약한 구석
안은 멍하니 서 있었다. 주단이 자신의 호흡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 앞에서. 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것은 공황 장애의 전형적인 징후였다. 한때 그녀도 같은 경험을 했기에.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저를 보세요, 주단. 저를 봐요." 주단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목의 근육과 핏줄이 선명하게 부각될 만큼 온몸이 굳어 있었다. 안은 마음속이 흔들렸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그에게 호흡을 유도했다. "숨 들이쉬고... 내쉬고... 천천히, 다시 한번."
주단은 마치 산소가 끊긴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그녀의 말에 맞춰 숨을 쉬려 애썼다. 그렇게 약 2분이 흘렀고, 그의 호흡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안은 안도하며 옆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었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빗소리와 피아노 선율이 섞인 음악을 틀었다. 그것은 그녀가 공포의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조용한 버팀목 같은 소리였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오직 음악과 빗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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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안은 전날 밤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낡은 책장 사이에서, 누구보다 완벽해 보이던 남자가 어둠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던 장면을... 그녀는 다가가려다 멈췄다. 그가 거절할까 봐서가 아니라, 괜히 상처를 더 건드릴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침묵했다. 하루 종일.
주단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나타났다. 소매를 걷은 셔츠, 손에는 커피컵, 눈빛은 또렷했다. 어젯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보지 못했더라면, 그는 그런 고통을 알지 못할 사람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촬영은 훨씬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영상감독의 요청으로 꾸며진 오래된 분장실. 오늘의 인터뷰 대상은 규. 걸그룹 무대의상을 전담하는 스태프였다. 체구가 작고 말이 빠르며, 마치 바람이 창틈으로 스쳐 지나가듯 말을 툭툭 던졌다.
점심시간, 규는 의자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그룹에게 자신의 실수담을 들려주었다. "녹화 직전 의상을 태워 먹을 뻔한 적 있었어요. 그때 제일 먼저 저한테 소리친 사람이 주단이었죠. 진짜 쏘아붙였어요. 옷도 제 얼굴에 던졌어요." 그는 웃으며 등을 젖히고, 손을 휘저었다. "근데 결국 그 옷 자기가 세탁해서 스타일리스트한테 넘기고, 직접 댄서 옷도 정리해줬어요. 겉으론 무서운데... 사실 엄청 따뜻한 사람이에요."
안은 미미 옆에 앉아 종이컵 속 물을 천천히 저었다.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규가 들려준 그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그날 밤, 모두가 하숙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안은 바로 방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1층에 앉아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 아래 조용히 노트를 꺼내 펼쳤다. 하얀 종이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몰랐다. 한 줄을 적고는 멈췄다. "누군가가 항상 다른 사람을 지탱해주는 벽이라면, 그 벽이 무너질 땐 누가 그를 붙잡아줄 수 있을까?"
노트를 덮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날 밤, 깊은 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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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잿빛으로 가득했다. 안은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해돋이를 보고 싶었지만, 태양은 없었다. 그저 도시 위를 흐르는 회색의 구름만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바람은 가볍게 불었고, 손을 감싸 안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녀는 주단이 그곳에 있을 줄 몰랐다.
그는 난간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녀인 줄 알고 있었다. 안은 조용히 물러서려 했지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이 무서울 때가 있었나요?"
안은 멈춰 섰다. 바로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가 말하는 건 과거일까, 아니면 지금일까? 그는 자신에게 어떤 두려움을 느꼈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주단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엄격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다만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의 눈이었다. 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있어요. 한동안 혼자 있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조용해지면... 뭔가 붙잡을 것도 없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뒤엔 아무도 없고, 앞은 안 보이고, 옆엔 아무것도 없고..."
주단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건 말이 없는 경청이었다. 마치 그제야 비로소 누군가가 그의 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걸 허락한 것처럼.
안은 더 묻지 않았다. 어젯밤 그가 왜 그런 공황을 겪었는지, 무엇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 아침, 그가 여전히 이곳에 있고, 여전히 누군가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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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세 시 반쯤, 안은 3층 기술실에 있었다. 촬영 장면 배정표를 다시 확인하고 있을 때, 복도에서 누군가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소리였지만, 곧 주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일정한, 하지만 비어 있는 목소리였다. "지금 말고요. 바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지금이 근무 시간이라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자꾸 이러는 거죠?"
안은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복도 모퉁이, 엘리베이터 근처에 그는 서 있었고,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빛이 한쪽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표정은 거의 없었다. 그는 곧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안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약간의 호기심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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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가까이, 안은 1층 로비 앞에서 루언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코 길 건너편을 바라보다가, 회사 근처에 낯선 남자가 서 있는 걸 보았다.
잠시 후, 주단이 건물에서 나왔다.
둘은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악수도 없었다. 그저 마주 서 있을 뿐.
안은 처음부터 듣지 못했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경직되어 있었다. 남자는 손을 뻗어 주단을 붙잡으려 했고, 주단은 그것을 밀어냈다. 거칠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고 단호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다시는 오지 마요. 여긴... 과거 얘기를 꺼낼 장소가 아니에요."
남자는 비웃듯 물러서며 말했다. "그렇게 숨기면서도 살 수 있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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