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 드러난 비밀과 진실]
안은 주단이 들을까 봐 온몸이 굳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단지 자판기에서 탄산음료 하나를 뽑으러 온 것뿐이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빈이 베트남어로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두 사람은 주단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주단이 자리를 뜨자 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메일도 있어. 남 아저씨 이름이 몇 번이나 나와.
명확하게 목적이 적힌 건 아니지만, 분명히... 너는 처음부터 선택된 거야.
우연이 아니라."
안은 가슴이 조여오는 걸 느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나쁜 일을 시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주단 접근 우선 대상"이라는 문구는
마치 부러지지도 않는 칼날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찔렀다 –
즉시 죽이지는 않지만, 천천히 고통을 준다.
결국 자신이 뽑힌 이유는 능력도, 운명도, 우연도 아닌...
남 아저씨 때문이었다.
그날 밤, 모두가 숙소 방으로 들어간 후
안은 뒷마당 작은 마당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문에서 비치는 노란 불빛,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아직 따뜻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열었다.
"남 아저씨"라는 이름 위에 손가락이 멈췄다.
몇 초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한 번 울리자마자 바로 연결됐다.
"안이니? 이 밤중에 웬일이야?"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
감정부터 꺼낼지,
아니면 자신의 이름이 적힌 그 문서에 대해 말할지.
결국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아저씨... 그 제안서에 제 이름이 있었어요. 그건... 무슨 의미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걸 알았구나."
그의 목소리는 슬프지도, 숨기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린 듯했다.
"안아, 넌 주단을 몇 년째 지켜보고 있었잖아.
그날 너가 영상에 자막 달아주던 순간부터
난 알았어. 넌 뭔가 특별했어.
매일매일 주단 영상 보고, 사진 찾고, 이름 검색하고...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였어."
"너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았잖아.
이번엔 너 자신을 위해 뭔가 해보게 하고 싶었어.
이게 사랑이든 아니든 간에, 너한텐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안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따뜻해야 할 말들이었지만, 마음은 텅 비었다.
현실적이던 남 아저씨가,
그렇게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그저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을 만나게 해주려고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게... 정말 맞는 판단이었을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남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다.
"넌 잘하고 있어. 가능성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도 높잖아."
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 건 감동이 아니었다.
그건...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모든 게 틀렸다는 걸.
그 사람이... 게이라는 걸.
10년을 더 노력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은 스튜디오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가 조명을 테스트하려고 했다.
그녀는 백스테이지에 신호를 보냈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무대 뒤쪽 사람들은 뭔가에 놀라 웅성거리더니 갑자기 모두 자리를 떴다.
"무슨 일이야, 빈아? 루안아?"
안을 내려다보자 관객석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 주단이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있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무겁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측면 무대에서 걸어 나왔다. 손에는 한 뭉치의 서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안 계약서 — 이름: 안"
그 사람은 서류를 한 줄씩 또박또박 낭독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해 돌았다.
어디선가 빛이 쏟아져 나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주단이 일어났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망감이 가득했다.
안은 벌떡 일어났다.
방은 어둡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목덜미는 땀에 젖어 있었고, 손바닥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침대 시트를 꼭 쥐었다.
아무도 그 꿈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선명히 느꼈다.
자신이 진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걸.
그날, 스튜디오 팀은 야외 예술 단지로 이동해 댄스팀의 연습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다.
안은 백팩을 메고 고개를 숙인 채, 댄서들의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단.
그는 영상 감독 뒤에 서서 대본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안이 지나갈 때마다 그를 보고 있었다.
안이 마이크 케이블을 떨어뜨렸을 때,
주운 사람은 다름 아닌 주단이었다.
아무 말 없이, 그녀 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안이 메모 중 기침을 했을 때,
곧바로 옆에 생수 한 병이 놓였다.
해가 강해지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을 때
그녀의 의자가 이미 그늘 쪽으로 옮겨져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모든 게 애매했다. 하지만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다.
안을 점점 알게 되는 주단.
그럴수록 그녀는 더 피하고 싶었다.
"정신 차려, 안아.
이건 일이야. 협업이고, 그냥 동료일 뿐. 더 이상은 아니야."
쉬는 시간, 한 스태프가 그녀 옆에 앉아
과자 봉지를 뜯으며 별생각 없이 말했다.
"오늘 너랑 주단이 호흡 잘 맞던데?
요즘 저 사람도 좀 부드러워진 것 같지 않아?"
안은 억지 웃음을 지었다.
꿈속에선 그가 차가웠고, 현실에선 다정했다.
도무지 뭐가 현실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자신의 망상인지조차 구별이 안 됐다.
그녀는 계속해서 다짐했다.
"아니야, 착각일 뿐이야."
촬영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비 예보 때문에 모든 장비는 빠르게 철수되었고,
안과 주단은 후반 작업 때문에 스튜디오에 남게 되었다.
주단이 업무 정리를 마치자, 안이 먼저 다가갔다.
아이패드를 건네며 말했다.
"내일모레 세트 구성 레이아웃 정리했어요.
한 번 봐주시고 수정할 부분 있으면 바로 말해주세요."
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넘겼다.
그런데... 실수로 앨범 탭을 눌러버렸다.
갤러리에 떠오른 건 레이아웃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전부 다 주단의 사진.
백스테이지 컷, 클립 캡처, 멀리서 찍은 스틸.
앨범명: "J22 (Private)"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안은 얼어붙은 얼굴로
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으로 아이패드를 쳐다보았다.
화면을 닫으려 했지만 손이 떨려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주단은 여전히 기기를 들고 있었다.
더 이상 넘기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 상황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그 사진들에 고정돼 있었다.
자신도 갖고 있지 않은 사진들까지 있었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안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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